주말 연휴에 10년 감수했네요. 아이 자는 거 보고 이제야 글을 정리합니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지요? 저희 집에는 아이가 셋인데 셋다 1주일 가까이 기침과 콧물이 나와서 병원에 갔더니 다행히 독감은 아니고 그냥 감기라고 합니다. 큰 딸은 하루 이틀 기침하더니 약 먹고 금방 나았는데 4살짜리 쌍둥이들은 정말 오래가더라고요.
따뜻한 물 마시게 하고 따뜻하게 재우고 싶은데 아이들이 덥다고 하면서 창문을 다 열어놓고 시원한 곳에 가서 쪼그리고 잠들곤 해요. 아픈 애들이라 혼내지도 못하고 잠들면 다시 데려다 눕히고를 반복했는데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쯤 되어서 한 녀석이 갑자기 열이 펄펄 나는 거예요. 정말 갑자기. 집에 핑크색 챔프랑 교차 복용 가능한 다른 해열제를 늘 상비하고 있어서 얼른 챔프 하나 따서 먹였어요. 한 20분쯤 지나니까 열이 조금씩 떨어지기는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냥 미열이 계속 남아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10시쯤에 살짝 열이 있어서 해열제를 먹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조금 참아보자 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10분 뒤 아이들 돌보시는 선생님께서 갑자기 놀라며 저를 부르시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나가보니 아이가 누워서 온몸이 뻣뻣해져서 의식이 없더라고요. 저도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얼른 아이를 안았습니다. 그리고는 119 구급대에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119 구급대원과 통화 중에 안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온 몸을 떠는 거예요. 울고 싶었습니다. 주소를 불러주고 증상을 물어봐서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 이번에는 눈에 흰자위가 보일 듯하면서 위로 눈동자가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너무 깜짝 놀라서 아이를 꼭 안고 살짝 흔들면서 이름을 부르고 아빠가 안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대화를 시도하니 1-2초 사이에 눈을 감고 잠이 들듯 안겼습니다.
우리나라 구급차 119 출동하는 것이 이렇게 빠른지 경험했네요. 전화 끊고 거의 2분도 안되어서 집 앞에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저도 아이를 안고 부랴부랴 뛰어나가는데 이 와중에 아이가 구토를 하네요. 어찌어찌해서 차량에 탑승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했어요. 주말이라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인지 평소에도 응급환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인지 출발을 하지 않고 구급대원 중 한 분이 계속 여기저기 병원마다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정말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열이 계속 오르는데 해열제라도 먹일까요?라고 물어봐도 먹이지 말고 병원부터 가자고 하시네요. 기분상으로는 10분 가까이 통화한 것 같은데 결국 집에서 한 시간 30분 떨어진 충북대학병원으로 가기로 정했습니다. 가까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도 많은데 꽤 멀리 가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가까운 곳 가봐야 대기가 길어서 들어갈 수 없었나 봅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로 바로 가지 않고 열감기 환자라서 코로나 19 검사도 받아야 하니 격리실로 먼저 가야 한다는군요. 격리실 앞에서 10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다행히 아이가 의식을 찾았습니다. 구급대원 중 한 분이 친절하게 접수해주셔서 그냥 바로 들어가서 격리실 응급 병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의사분이 오셔서 정황과 증상을 모두 체크하고 가신 후 간호사분이 오셔서 아이 허벅지에 해열제를 먼저 주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한 참 동안 열은 떨어지지 않았어요. 심박수는 어찌나 빠른지 제가 가슴이 콩닥콩닥 하는 것 같았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검사까지 하느라 입 안쪽으로도 면봉을 쑤셔 넣고 콧구멍으로도 면봉을 넣으니 아이가 아프다고 울더라고요. 저랑 아이는 아직 코로나를 한 번도 걸리지 않았거든요. 혈액 검사하느라 바늘을 손 등에 찔러서 조그만 걸로 4통을 받아가네요. 이런 조그만 아이에게는 상당히 많은 양인 것 같은데 지켜보는 아빠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수액 맞고 엑스레이 찍고 약 3시간 이상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열은 잡히고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들어올 때 진찰했던 의사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갑작스럽게 열이 오르면서 백혈구 수치도 정상보다 많이 높아졌던 것 같다고 하면서 검사 결과를 설명해주십니다. 다행히 열도 거의 정상이고 코로나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와서 굳이 병원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동네 병원에서 감기약을 더 처방받아도 되겠다고 하시길래 병원에 온 김에 처방해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5일 치를 처방해 주셨습니다.
정말 스펙터클한 하루가 모두 지나는 기분입니다. 퇴원 처리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택시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집까지 가는 것도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택시 잡는데만 15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아이가 추워서 떨까 봐 걱정되어서 꼭 안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급히 나오느라 아이 신발을 신겨서 온 것이 아니어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요.
일요일 아침 아내가 아이를 살피더니 혹시 수족구가 아닌가?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오전에는 보이지 않던 열 반점이 살짝 보이는 것 같기도 했어요. 저희 집 아이들은 한 번도 수족구에 걸린 경험이 없어서 말로만 들었지 수족구가 사실 뭔지도 몰랐답니다. 혹시 이 녀석이 이번에 어린이집을 가정 어린이집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이 많은 곳으로 옮기면서 거기서 수족구를 옮겨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까지 가정 어린이집 다니다가 이번 주 화요일부터 집 앞에 대로 건너편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월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보다 열 반점이 심해졌습니다. 혹시나 의심했던 수족구인가 싶어서 병원에 갔습니다. 역시나 수족구가 맞네요. 의사의 설명입니다. 원래 수족구가 갑작스러운 고열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응급실에 갔을 때에는 열 반점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분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백혈구 수치가 정상인보다 많이 높다고 했었는데 이것 역시 수족구로 인한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아프면서 부모들은 성장하고 성숙하고 지혜를 얻어갑니다. 이제 알았으니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되면 해열제를 어떻게 먹여야 할지 긴급한 상황이 되었을 때 뭐부터 해야 할지를 배웠습니다. 수족구는 다른 병이나 감염과 달리 갑작스럽게 고열이 되면서 열경련이 일어날 수 있으며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는 20초 정도였지만, 이런 열경련이 1분 2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정말 위험하니 열이 오르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고 열을 내리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제 아침이 되었네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인 것을 느끼며 새로운 아침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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